웨딩박람회 준비 전 체크포인트
오늘도 다이어리 한 장을 넘기다 말고, 펜을 휙 들어 올렸다. 결혼식이라는 단어가 아직 입술에서 어색하게 튀어나오는데도, 달력 속 날짜는 야속하게도 점점 굵어져 간다. 마치 “빨리 준비하라”며 나를 재촉하는 붉은 점처럼. 그래서 나는 며칠 전, 바람을 가르며 웨딩박람회에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차’ 싶었던 순간도 있고, ‘오! 이런 꿀팁이?’ 하고 무릎을 탁 친 순간도 있었다. 기록해 두지 않으면 또 까먹을 테니, 여기다 마음속 독백을 몽땅 흘려 놓는다. 혹시 나처럼 설렘과 두려움 사이에 서 있는 예비 신부(혹은 신랑)라면, 슬쩍 읽고 가도 좋겠다. 😊
사실 나는 준비성 제로에 가까운 인간이다. 학교 다닐 때도 시험 하루 전날 벼락치기를 밥 먹듯 했고, 여행 갈 때도 캐리어 지퍼가 닫히질 않아 땀을 뻘뻘 흘리곤 했다. 그런 내가 웨딩 준비라니, 이미 고난의 행군이 예정된 셈이다. 그래도 박람회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설렘, 그리고 ‘할인은 여기 다 있어요!’라는 달콤한 유혹… 갈 수밖에 없었다. 버스 안에서 “에이, 대충 둘러보고 오면 되지”라고 중얼거렸지만, 막상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어머, 세상에—화려한 샹들리에와 로맨틱 곡선의 드레스가 내 심장을 먼저 낚아챘다. 휴, 정신 차리자. 종이에 적어온 체크리스트, 잊지 말자!
장점 & 활용법 & 꿀팁, 이것만은 꼭!
1) 한눈에 비교 가능, 시간·돈 세이브
부스마다 돌며 상담을 받다 보니, 같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도 구성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예를 들어 A업체는 드레스 세 벌에 230만 원, B업체는 두 벌이지만 180만 원. 숫자만 보면 B가 싸지만, 드레스 라인업을 보니 A가 훨씬 다양한 디자인을 제공했다. 이때! 나는 스마트폰 노트를 열어 가격·구성·특이사항을 그 자리에서 적었다. 나중에 카페에서 정리하려고 하면? 100% 헷갈린다. 즉석 메모가 신의 한 수였다.
2) 현장 계약 특전… 놓치면 손해?
“오늘 안에 계약하면 20% 추가 할인!” 이런 달콤한 속삭임, 솔직히 흔들린다. 그러나 냉정해야 한다. 나는 일단 계약금 없이 ‘가계약’ 옵션이 가능한지를 물어봤다. 대부분은 일주일 정도 홀딩이 가능했다. ‘오늘 아니면 안 된다’는 말에 주저 없이 도장을 찍고 싶었지만, 하객 수조차 가늠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결제했다간 낭패. 나처럼 우유부단파라면, “잠깐만요! 부모님과 상의해 볼게요”라는 매직 워드를 잊지 말자.
3) 숨은 혜택 캐기, 묻고 더블로 가!
어느 부스에서든 “추가 구성 없나요?”라고 한 번 더 물으면 의외의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드레스 투어 무료 셔틀, 예복 피팅 쿠폰까지 챙겼다. 지나치게 염치없어 보일까 망설였지만, 한 번 웃으며 물어본 덕분에 15만 원 상당의 이득. 하하, 역시 모르면 손해다.
4) 신랑 참여 미션, 지루함 타파
내 예비 신랑은 ‘결혼=식장 예약’ 정도로만 생각했던 사람이다. 박람회 현장에서도 10분 지나니 벌써 귀찮다는 눈빛. 그래서 나는 작은 미션을 줬다. “오빠, 예복 브랜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 스캔해와!” 의외로 그는 남성 턱시도 라인은 내가 전혀 몰랐던 디테일을 찾아냈고, 그 덕분에 우리 둘 다 활력이 생겼다. 파트너 지루함 방지용 미션, 적극 추천한다.
단점, 그리고 멘붕 타이밍
1) 정보 과부하, 머리 속 멍~
3시간쯤 지나자 전단지 무게만 2kg. 머릿속에도 정보 더미가 쌓였다. 어떤 스튜디오가 자연광 맛집이었지? 드레스숍 이름이 뭐였더라? 탁—하고 끊어지는 기억. 그래서 나는 부스 앞 네임보드와 함께 셀카 찍는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했다. 조금 민망했지만, 훗날 사진 덕분에 업체명을 어렵지 않게 복기했다. 즉, 정보 과부하를 시각 자료로 풀어내는 스킬이 필요.
2) 과도한 영업, 마음 약하면 지갑 탈탈
“견적서 맨 끝에 사은품 코너 보셨어요?” 이런 멘트에 혹해 은근슬쩍 계약서에 사인하는 친구를 봤다. 나도 아슬아슬했다. 인간은 피곤할수록 판단력이 저하된다. 오후 5시쯤, 나는 설탕 수혈이 필요하다고 느껴 카페로 도망쳤다. 단 음료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다시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러니까, 에너지 바나 초콜릿을 꼭 챙기자. 안 그럼 카드 긁는 손을 말릴 힘이 사라진다.
3) 일정 겹침, 놓치는 할인
나는 웨딩홀 투어 일정을 바로 다음 날로 잡아뒀다. “박람회에서 본 견적 들고 방문할게요!” 하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시간 조율 실패. 결국 박람회 특전 기간을 넘겨 버려서 10만 원가량 혜택이 사라졌다. 흑.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 일정은 여유를 두고 배치하는 것이 진리다.
FAQ, 내적 독백 버전
Q1. 박람회 혼자 가도 되나요?
A. 가능은 하지만 비추! 나도 처음엔 ‘혼자 훨훨 다녀오지 뭐’라며 갔는데, 견적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의견 교환이 안 돼 혼란이 컸다. 동행이 없으면, 최소한 전화 통화로 즉시 피드백을 받을 상대를 확보해 두자.
Q2. 현장 할인,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요?
A. 솔직히 ‘오늘만 이 가격’이라는 문구, 70%는 마케팅이다. 대신 실제 혜택(드레스 추가 업그레이드, 액자 서비스 등)을 꼼꼼히 기록해 두면, 나중에 가격 협상할 때 레버리지로 쓸 수 있다. 나는 그 리스트 덕분에 석 장짜리 액자를 무료로 받았다.
Q3. 체크리스트 추천해 주세요!
A. 너무 거창할 필요 없다. 나는 ①예식일(또는 희망 월) ②예상 하객 수 ③예산 범위(스드메, 예복, 예물 등) ④우선순위(드레스 디자인·연회장 음식·사진 퀄리티) 이 네 가지만 메모해 갔다. 여기에 빈칸을 넉넉히 둬야 현장 메모를 짤막하게 끼워 넣을 수 있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가면 바쁜 손길 속에 리스트 칸이 좁아지는 법이다. 여백은 사랑.
Q4. 부모님 모시는 게 좋을까요?
A. 상황 따라 다르다. 나는 시부모님 취향이 확고해 따로 투어 일정을 잡았다. 다만 박람회 특가를 부모님께 설명할 때 ‘얼마나 저렴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함께 오실 수 있다면 베스트, 어렵다면 상세 견적서를 챙겨 두는 걸 추천!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다음 박람회 때는 더 현명해질 수 있을까?” 흠, 솔직히 또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호들갑 떨겠지. 그래도 오늘 기록을 남겨 두었으니, 내일의 나는 조금은 더 준비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도 묻는다. 지금 당장 메모장부터 열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