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속, 나의 첫 코엑스 웨딩박람회 방랑기

코엑스 웨딩박람회 관람 가이드

출근길 우산대가 부러진 바로 그 주말, 나는 어쩐지 큰 결심을 한 사람처럼 코엑스로 향했다. 사실 친구가 “예비신부 아니어도 괜찮아”라고 부추기지만 않았다면, 나는 집에서 넷플릭스에 코를 박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 내 얼굴이 괜히 반짝였다. 설레는 건지, 새 신발 때문인지, 혹은 그냥 무료 배드민턴 라켓 사은품 때문인지—정확히는 모르겠다.

지하철 2호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동안, 나는 혼잣말을 잔뜩 흘렸다. “아, 일정표 안 챙겼다… 메모 앱에 적어놨나? 에어팟 충전은 됐겠지?” 뭐, 이런 사소한 걱정도 박람회장 소음 앞에서는 순식간에 증발했다. 웅성웅성, 화한 꽃향기, 반짝이는 조명! 순간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큰소리로 터뜨렸다. 옆에 서 있던 커플이 나를 힐끗 보며 웃더라. 부끄러웠다. 그래도 좋았다. 😊

첫 부스 앞, 접수대에서 내 이름표를 쓰다가 펜 뚜껑을 잃어버렸다. 바로 옆에 떨어졌는데—신기하게도 찾는데 5분 걸렸다. 이 정도 허둥거림이야말로 박람회 맛 아닐까. 친구는 “네가 진짜 예비신부처럼 보인다”며 깔깔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아냐, 난 그저 낯선 설렘을 탐험하는 중이야’라고 중얼거렸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 거창한 전문 리뷰보다는, 그냥 내 발걸음 순서대로 빼먹은 것, 놓친 것까지 솔직히 적어본다. 혹시 나처럼, 아직 반쯤은 관람객이고 반쯤은 방랑자인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장점·활용법·꿀팁 (정돈하려다 말아버린 메모 조각)

1. 눈앞에서 펼쳐지는 시뮬레이션 효과

웨딩홀 사진만 봐서는 감이 안 오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하객 테이블 꾸며둔 모형을 보니, ‘아, 신부 대기실 조명이 이렇게 빛나는구나!’ 감탄하다가, 나는 그만 휴대폰을 떨궜다. 스크래치가 났지만 덕분에 조명 각도 기억은 확실히 남았다. 현장에서 직접 드레스 소재도 만져보고, 꽃장식 냄새도 맡아보니 나도 모르게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2. 무료 상담? 아니, 맞춤형 인생 상담!

솔직히 ‘상담=판매’라는 선입견으로 반쯤 긴장했는데, 웨딩플래너 언니가 내 라이프스타일까지 캐묻는 바람에 결국 신용카드 값, 살림살이, 심지어 반려식물 이야기까지 털어놨다. 그러다 보니 식대 단가랑 꽃 예산이 왜 그리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무료지만 값진 시간.

3. 사은품, 경품, 그리고 뜻밖의 쉼

나는 “응모권? 귀찮아” 주의였는데, 친구가 끈질기게 적어줬다. 오후 4시 추첨에서 와인 세트를 건졌고, 덕분에 집들이 핑계가 생겼다. 게다가 휴식 라운지에서 제공하던 아이스라떼는 천국 맛. 발바닥이 터질 것 같던 찰나, 의외의 평온이었다.

4. 계획 없는 사람도 길이 보인다

나처럼 일정표를 잃어버려도 괜찮다. 부스마다 배치된 화살표, 스태프들의 과잉 친절(?)이 길을 열어준다. 그래도 한 가지 팁! 무작정 돌아다니기 전 ‘드레스·스냅·한복·허니문’ 순서 정도는 마음속 체크리스트로 그려두면, 똑같은 설명을 세 번 듣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단점 (예쁘지만, 완벽하진 않았던 순간)

1. 인파, 그리고 나의 급격한 소심함

코엑스 특유의 광활한 복도. 토요일 오후엔 발 디딜 틈이 없다.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오는 커플 무리에 휩쓸려서, 예약한 드레스 피팅 시간을 놓칠 뻔했다. 다음엔 가능하면 금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첫 타임을 노리고 싶다.

2. 과하다 싶은 정보, 그리고 머리 혼란

업체마다 “이건 꼭!”을 외치는데, 듣다 보면 다 맞는 말 같아 미궁 속. 나는 한때 ‘라이브 밴드 VS DJ’ 메모 앱 항목에 “둘 다”라고 적어놓고, 자정이 넘어서야 정신 차렸다. 메모는 간단 명료가 답.

3. 지출 유도, 나도 모르게 결제 직전…

계약 할인 마감 타이머, 그 강렬한 붉은 글씨! 스스로 “나는 지갑을 지킬 거야” 주문을 수십 번 외웠다. 그러나 소액 예약금 유혹! 다행히 나는 계좌이체 OTP를 기억 못 해 시간을 끌었고, 결국 집에서 다시 계산해봤다. 어쩌면 내 건망증이 지갑을 구했는지도.

FAQ (내가 던졌고, 또 누군가 던질 법한 질문들)

Q. 무료 입장인가요? 사전 등록 필수인가요?

A. 나는 현장 등록을 했다가 5분 정도 줄을 섰다. 사전 등록하면 QR로 바로 입장이라더라. 귀찮더라도 미리 클릭 몇 번 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Q. 꼭 예비부부만 가야 하나요?

A. 아니! 나처럼 그냥 ‘언젠가’를 꿈꾸는 사람도 많았다. 부스 직원들 시선이 살짝 길어질 뿐, 설명은 똑같이 해줬다. 솔직히 “예식 예정일 미정”이라고 당당히 말하면 끝.

Q. 부케 체험이나 피팅은 예약이 필요할까요?

A. 드레스 피팅은 대부분 시간대별 예약제. 나는 즉흥 참가하려다 1시간 대기했다. 반면 부케 클래스는 빈 자리가 많았다. 우선순위만 확실히 정하자!

Q. 방문 전에 꼭 챙길 것?

A. 신분증, 편한 신발, 그리고 ‘예산 상·중·하’ 세 줄 메모. 내가 지갑 털릴 뻔한 이유가, 상한선을 안 정했기 때문이다.

Q. 공식 홈페이지 외에 도움이 될 링크는?

A. 나는 사전 정보 수집 때 코엑스 웨딩박람회 페이지에서 일정·참여 업체 리스트를 미리 확인했다. 부스 위치도 미리 익혀두면 최소 30분은 절약!

…정리하고 보니, 이 글도 어쩐지 정신없다. 하지만 그 혼란이야말로 박람회장의 공기였고, 내 머릿속 스파클이었다. 혹시 당신도 이번 주말, 비슷한 설렘을 품고 코엑스로 향한다면? 글쎄, 잊지 말고 물 많이 마시고, 마음에 든 드레스 주름 한 줄이라도 사진으로 남겨두자. 후회? 물론 약간 있다. 그렇지만, 그게 또 다음 나들이를 부르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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